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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이기는 전통기술 ‘온돌의 과학’

기사승인 2017.03.12  2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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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농 과학부터 온돌제품까지…무한한 온돌 활용법

겨울철 극심한 한파가 찾아오면 난방 없이는 견디기 힘들다. 우리 선조들 돌을 덥혀 추위를 물리치는 ‘온돌’ 기술로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다. 세계로 뻗어나가며 그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파를 이기는 우리의 전통기술 온돌의 과학은 무엇인가.

선사시대부터 내려져온 전통과학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 겨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난방 문제다. 그러나 과학적 원리를 알면 추위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난방은 말 그대로 방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으로. 상황에 맞는 난방법을 쓰려면 과학적으로 원리를 따져보고 장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에 보일러나 온돌, 온풍기와 같은 난방기구는 필수다. 이 난방기구들이 방을 따뜻하게 하는 과학의 원리는 무엇일까.

난방의 원리는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이 서로 에너지를 교환하면서 평형을 이루려 하고 결국에는 온도가 전체적으로 비슷해지는 물리 법칙이다. 난방법은 크게 전도, 대류, 복사 현상 이렇게 3가지 원리가 있다.

 

우리나라 전통 온돌은 전도의 원리를 활용한 대표적인 난방법이다.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면 연기가 이 돌바닥을 밑을 지나면서 뜨끈하게 데워주는 것. 이렇게 고체나 액체 같은 물질 자체의 온도가 높아져서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전도라고 부른다.

반면 고체가 열을 내뿜어서 기체를 통해 퍼져 공기가 순환하는 대류 현상은 바닥이 뜨거우면 어느새 방안이 훈훈해지는 현상이다. 또한 장작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얼굴이 뜨끈해지는 복사 현상은 장작의 열기가 고체나 기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돌은 이 세 가지 과학현상을 모두 구현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 온돌은 4세기경 황해도 안악3호분 고분벽화에도 등장한다. 중국에도 우리 문화와 관련있는 랴오닝성, 지린성 등에 침대같은 곳에다 아궁이를 지피는 ‘캉(杭)’이 있다. 고구려에서 유래된 변형으로 현재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온돌은 지리산 반야봉 칠불암의 아자방이다. 한번 불을 지피면 따스한 기운이 49일 가며, 땔감을 아예 지게에 지고 아궁이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온돌로 잘 알려져 있다.

아자방은 한국전쟁 때 파괴됐다가 1982년 복원됐지만, 성능이 그전만 못해 한번 불 지피면 봄, 가을에 1주일 정도 온기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자방이 이처럼 오래 온기가 유지되는 것은 온돌 밑에 15~20㎝의 강회다짐이 있어서 보온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자들은 온돌의 과학적인 구조와 온돌에 사용되는 돌의 성질 또한 온돌의 원리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온돌의 핵심은 ‘고래’에 있다. 고래는 방구들을 구성하는 돌 사이의 빈 공간으로 연기가 지나가는 길로써 아궁이 쪽이 깊고, 굴뚝 쪽이 얕

아 옆에서 보면 마치 고래등 모양같다. 불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뜨거운 공기가 고래 속을 빙빙 돌아 구들장을 달구는 원리다.

무엇보다 온돌은 아궁이에서 불길이 잘 빨려 올라가도록 설치한 언덕모양의 부넘기,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지도록 굴뚝과 평행하게 파낸 개자리 등 공기 흐름을 정확히 알고 만든 구조물로 그 과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온돌의 핵심 ‘구들장’ 원리 활용

벽난로는 연소가 끝나면 열이 바로 사라지지만 온돌은 구들장에 비축된 열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난방이 가능하다. 온돌은 바닥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실내온도를 15∼18도로 낮게 해도 거주자가 방이 따뜻하다고 체감하게 된다.

이러한 온돌의 원리는 과학 영농에도 활용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선조는 생존의 문제로 온돌의 원리를 활용한 농법을 수대에 걸쳐 완성도를 높였으며, 이는 독창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전남 완도군에 속한 작은 섬 청산도는 벼를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한 곳이다. 농업기술이 열악했던 과거엔 더 심했으며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경사가 심한 데다 토양도 좋지 않은 것이다. 심한 경사는 비교적 쉽게 해결해 뭍에서와 마찬가지로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 그래서 청산도의 구들장 논을 멀리서 보면 계단식 논과 비슷한 형태다.

그러나 물이 쉽게 빠지는 토양은 계단식 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청산도는 모래가 대부분인 사질토양으로 물이 쉽게 빠지고 작물 재배에 필요한 영양분이 적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부들이 떠올린 것이 바로 ‘구들장’이다. 우리나라 전통 난방 시스템의 핵심인 구들장은 두께 5~10㎝, 크기 30~60㎝의 얇고 평평한 돌판형태다. 방바닥에 구들장을 퍼즐처럼 깔아두면 아궁이에서 발생한 연기가 구들장 아래를 지나면서 방을 데운다.

구들장 논 역시 이 얇은 판이 핵심으로 구들장 논의 단면도를 보면 우선 가장 아래엔 자갈층이 있다. 그 위에 크고 작은 돌을 20~50㎝ 높이로 쌓고,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바로 구들장이다. 구들과 구들의 틈은 진흙으로 메우게 되며, 가장 위엔 벼가 자랄 수 있는 흙을 30㎝ 정도 깐다. 이처럼 층을 겹겹이 쌓는 이유는 흙이 물을 충분이 머금어야 벼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산도에선 구들장과 진흙으로 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며 온돌의 과학을 활용했다.

학계에서는 청산도에서 구들장 논이 자리를 잡은 시기는 약 3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들장 논의 독특한 형태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의미가 크다. 최근 계단식 논을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청산도를 찾았으며, 그들은 한 결 같이 청산도 만큼 독특한 농업기술을 발달은 곳은 찾아 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들장 논은 2014년 4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으며, 국제연합식량기구(FAO)는 세계 각지의 독창적인 농업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13개국 31곳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온돌의 과학

온돌의 과학을 발전시켜 온돌문화를 전 세계로 알리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LS생명과학은 최근 미국 및 멕시코 현지업체와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 규모의 제품을 수출키로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한국의 우수한 문화와 제품을 알리고 있다. LS생명과학은 온돌매트리스커버와 LED광(光)치료기를 선보여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기업의 제품은 온돌을 현대 과학기술로 재조명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인 한국 전통의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 PCT특허를 취득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 및 유럽을 포함한 32개국에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또한 국내 중소 난방 전문업체인 에이오지시스템(AOG System)은 조립식 온돌 패널 ‘온돌장군’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러시

아 업체와 200만달러(약 24억1100만원) 수출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이어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건축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탈리아 리모델링 주택에 50만 달러(약 6억원) 규모의 온돌 패널을 보급하기로 해 주목받은바 있다.

이 기업은 한국의 전통 생활방식이 대부분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고수하는 생활양식이 온돌이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과학적인 온돌의 효율성이 세계에서도 통할 것으로 분석하고 온돌제품을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돌장군의 장점은 기존 보일러가 시공된 바닥 위에 깔 수 있는 패널이라는 점으로, 15㎜로 두께가 얇아 기존 바닥에 덧깔아도 튀어 보이지 않는다. 보일러를 패널과 연결하면 온수가 패널 내 난방관으로 흘러 온도를 높이게 된다.

이외에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도심에는 한국의 온돌이 깔린 아파트 대단지가 설립됐다. 우림건설이 카자흐스탄 동남부 알마티시 중심가 있는 ‘우림애플타운’은 과학적인 온돌시스템과 스마트홈시스템, 친환경시스템 등을 도입해 최첨단 인텔리전트 복합타운으로 조성했다.

우리 삶에 늘 가까이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겨울철 한국 대표 난방 시스템인 온돌의 과학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노벨사이언스 webmaster@sc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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